친구와의 부산여행 마지막 날, 꼭 가보고싶은 유명한 맛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사실 친구는 나의 의견에 약간 반신반의를 했다. 그녀는 우리가 부산에 왔으니 밀면이나 회를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그것들은 친구가 지난 여행에서 이미 맛을 보기도 헀고, 우리의 여행 동선 상 먼저 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 오늘은 꼭 이 집을 먼저 가고싶은 생각이 들어서 강력하게 이 곳에 가자고 이야기해 보았다. 이 더운 5월의 부산에, 워커를 신고 부산 KBS 근처에 있는 고옥을 캐리어를 끌고 찾아가기란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하지만 이 곳은 정말 그 값어치를 단단히 한 음식점이다.
고옥의 장어덮밥
내가 제목에 '히츠마부시' 라고 쓴 것은 장어덮밥의 일본말이다. 장어. 이름만 들어도 정말 군침이 돈다. 나는 장어킬러로 불리우는, 시부모님 앞에서 장어 4인분을 맛있게 먹어치운 전력이 있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람들이 이런 나를 보면 참 신기해 하는데, 그 조그만 몸에 뭐가 그렇게 많이 들어가냐고 물으며 놀란다. 하지만 나는 장어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다. 먹을 기회가 오면 즐겁게 씩씩하게 싹싹 잘 먹는다. 다시 고옥의 이야기로 들어가야 겠다. 이 곳에 들어설 때 줄을 설 줄 알았건만 다행히도 줄을 서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대로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거의 만석에 가까웠다. 조금만 늦었어도 줄을 서야할 뻔 한 것이다. 이 곳의 메뉴판에는 히츠마부시(큰것), 1/2 히츠마부시(작은것), 바다장어 히츠마부시(아나고), 황우럭매운탕 등의 메뉴가 있었다. 그런데 다른 후기들을 보니 절반 크기의 히츠마부시는 정말 작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큰것을 주문했다. 사진에 보시다시피 반찬이 골고루 잘 나와있는데, 무언가 어지러워보이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그래서 이 식당의 메뉴판에는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장어비빔밥을 먹는 방법을 적어두었다. 이 1인분 차림에 나온 반찬들과 함께 계란찜이 나오는데 약간 짜게 느껴질 수 있는 양념 된 장어를 먹은 속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국은 평범해서 딱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으나, 이 국이나 저 샐러드가 평범해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심심한 맛들이 장어와 매우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 병 안에 들은 다시물은 처음부터 너무 아껴서 넣을 필요는 없는것 같았다. 나중에는 은근히 조금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작하게 국물이 배도록 넣어주어도 충분하고 전혀 부족하지는 않다. 당연히 그렇듯이 밥의 아래는 소스가 내려가 약간 짜니까 정말 위에서부터 먹지 말고 정확히 4등분을 해서 먹는데 골고루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히츠마부시를 맛있게 먹는 방법
나무주걱으로 나무그릇(히츠)에 담긴 음식을 보기 좋게 4등분 한 뒤, 첫번째는 1/4을 빈공기에 덜어 장어와 밥만으로 먹는다. 두번째는 김, 와사비, 파, 깻잎 등을 넣어 비벼먹는다. 만약 아나고 히츠마부시라면 파, 깨, 빨간절임 와사비를 넣어 비벼먹는다. 세번째는 김, 와사비, 파, 깻잎을 넣고 다시물을 부어 말아서 먹는다. 아나고 히츠마부시의 경우는 파, 깨, 빨간절임 와사비를 넣고 다시물을 부어 말아서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네번재는 지금까지 먹어본 방법 중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먹으면 된다고 한다. 이 방법은 메뉴판 뒷면에 상세하게 사진과 함께 쓰여있기 때문에 굳이 외워서 가시지 않으셔도 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식사를 마치고.
장어. 장어는 사실 그냥 장어구이로 먹어도 정말 맛있다. 그런데 밥과 함께, 맛있는 이 집만의 특별한 다시물을 자작하게 해서 비벼먹으니 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아마 2016년의 한국여행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맛집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의 방문 시기가 5월인데도 불구하고 이 맛이 저는 지금까지 생각나는 것을 보면 제 입맛에 딱 맞은것이 분명한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입가심으로 매실이 들은 매실차를 한 컵씩 내어주었다. 사실 이 음식을 먹을 때 친구와 나는 정말 다른 말 없이 열심히 먹었다. 나중에 이 차가 나오고서야 친구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하느라 정말 바빠서 서로를 앞에 두고도 두세마디도 못한 것이다. 그만큼 나는 이 히츠마부시가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나의 부산여행에서 가장 맛있는 한 끼 식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부산에 가게 되면 또 먹어야겠다고 완전히 다짐했다. 덩달아 함께 따라온 친구도 만족하는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다시 친구와 함께 부산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 입맛을 다시며 택시를 잡아 부산역으로 향했다. 맛있는 음식 맛 만큼 오늘은 여행에서 가장 더운 날인것 같았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이 나처럼 장어를 좋아하신다면 반드시 여러분의 부산여행 코스에 이 집을 넣으시기를 강력히 추천드린다. 친구와 다 해서 27000원 X 2 = 총 54,000원이 나왔지만 금액이 아깝지 않은 맛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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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eline.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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