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사이란 도대체 어떤것일까? 예전에는 어제 싸워도 오늘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화해를 하고는 했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그런지 그들도 쉽게 자신의 실수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고, 힘든 점, 비밀을 털어놓으며 하소연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내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솔직하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물론 나조차도 그런것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이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어지간한 실수'는 애교로 눈감아주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꽤 찝찝한 일이 하나 생긴것 같다. 서로 잘 풀려고 속마음을 얘기했는데 오히려 잘 되지 않은것 같은 케이스라고 할까나? + 여러가지 복잡한 이유들.
나도 무언가 반성할게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그녀에게 서운했던 포인트들을 정리해서 적어보기로 했다.
1. 부산 여행을 잘 마무리하려던 시점에 일이 하나 터졌다. 물론 큰 일이긴 했다만, 함께 간 동행인이 술을 먹고 실수를 한 것이다. 나는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시면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물론 밤에 정말 고생을 하긴 했다만 그냥 그 친구를 위해서 훌훌 털어버리려 마음을 비우고 이것에 대해 전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2.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 그 친구가 나에게 민망했던지 계속 앞으로 나와 볼거냐, 이번 여행을 끝으로 니가 나에게 연락 안하는거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식사를 하는 내내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친구의 실수에 대해서 더이상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자꾸 그렇게 얘기하니까 어떻게 해달라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계속 기억해달라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나와 연을 끊고싶은것인지? 분명 그 친구도 자신의 실수가 굉장히 민망하고 미안했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은 언제나 어릴때부터 자존감이 굉장히 낮다며 이런 실수를 하면 다른사람이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고 했다. 그렇구나,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구나 생각을 하면서도 그 친구가 나를 이정도로밖에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래서 식사를 하며 천천히 잘 설명을 해 주었다. 그정도로 안볼 사이였으면 함께 여행을 오지도 않았다, 그저 너의 하룻밤의 실수였을 뿐이다, 앞으로 그런거 생각 안해도 된다, 그냥 웃어 넘기자고 얘기했는데 그 친구는 그럴 수 없었나보다.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는 통에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한것 같다.
3.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친구가 밥을 먹자고 해서 아침을 먹으러 간 밥집이었다. 친구는 정말 국물만 먹고 밥과 건더기를 다 남겼다. 나는 해장할때 밥을 먹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국밥을 꼭 먹고싶다 해서 그녀를 위해 국밥집에 간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밥을 전혀 먹지 않고 국밥의 국물만 마셨다. 조금 놀랐다. 음식점 주인에게 조금 민망했지만.. 여기까지도 그러려니 했다. 자신은 원래 음식을 시켜놓고 조금 맛보고 끝이라고 했다. 그렇구나. 그런데 밥을 먹고 음식점 나서니 그녀가 배고프다며 맛집을 가자고 말했다. 밥을 시켜놓고 먹고 안먹고는 그녀의 마음이지만, 나는 지금 막 밥을 먹어서 배부른데? ...
4. 캐리어를 끌고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했다. 그녀가 먼저 이번 여행을 가기 전에 나에대해서 오해를 많이 했었다고 한다. 우리는 벌써 9년정도 친구인 사이인데... 그 서두에 조금 섭섭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원래 그녀는 여행가기전부터 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나와 다니면 항상 택시를 타고 다니고, 호텔에 가야하고, 돈을 많이 쓸거라 생각했으며, 내가 걷는것을 굉장히 싫어할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여행으로 나에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걷는것도 좋아하는것 같고 택시를 많이 안타서 좋았다고 했다. 음... 나는 배낭메고 여행도 많이 다닌 사람이라는걸 아는데 왜 그렇게 생각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대해 좋게 생각하게 되었다니 뭐 나쁜것은 아닌것 같았다. 하지만 9년동안이나.. 나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해왔다니 조금 아쉬웠다. 이 사람은 나를 이렇게 생각해왔구나, 하니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본걸까? 생각하게 되었다. 어쨌든 그러면서 그녀 자신의 자존감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데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자존감이 높은 나와 다른 친구가 부럽다고 했다. 아무래도 자존감이라는 것이 그녀에게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것 같아서 굳이 나는 그것에 대해 길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5.내가 소개시켜준 카페에 갔다가 이제 부산역으로 가서 KTX를 타기전에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를 하러 간 식당에서, 나는 떡볶이만 먹으면 된다고 했고, 그녀가 자신이 먹을 것은 알아서 주문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나에게 자신이 음식 주문한것을 보고 화내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뭐, 언니가 먹을거니까 상관없어. 걱정마, 라고 이야기했다. 음식이 나왔다. 내가 주문한 떡볶이, 그리고 그 언니가 주문한것은 라면한그릇, 순대 한그릇, 어묵1꼬치였다. 입이 짧다면서 그것을 다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 언니는 이번에도 라면의 면은 하나도 먹지 않고 국물을 조금 먹고, 순대는 조금 먹고, 어묵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너무 깜짝 놀랐다... 내가 음식을 먹고 있는 동안 국물만 조금씩 입에 대며 배부르다를 연신 말하고 있는 그녀를 보니 나도 모르게 입맛이 싹 사라지게 된 것이다. 내가, '이래도 될까? 음식을 안먹을거면서 왜 이렇게 주문을 헀어' 라고 물으니 자신은 원래 입이 짧다고 얘기를 했다. 면만 남은 라면과 입에 대지도 않은 어묵을 놓고 나오자니 조금 민망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언니 돈을 주고 언니가 주문해서 안먹은 것이니 할 말도 없고 상관은 없지만 왠지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이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랖을 부리자면 그렇다는...^^;
6. 각자 가는 방향이 달라서 다른 KTX를 타고 집에 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언니가 또 새로운것을 해봐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운동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예전에 함께 하던 운동을 같이 해보는 것은 어떻냐고 물어봤더니 너무 좋단다. 남편이랑 상의해보고 내일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센터에 가능한 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된다고했다고 미리 알려주었다. 완전히 좋다며 잘됬다고 남편만 허락하면 한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갑자기 언니가 안될것 같다고 했다. 남편과 다른것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래 즉흥적인 성격때문에 이런일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처음엔 알겠다고 했는데 그럼 이렇게 주변사람들이 당황스럽게 되는 것을 알고도 그런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도 마음에 두는 성격은 아니니까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고 그렇다고 알면 된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나의 카톡 답변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전혀 없고, 그렇게 많이 쓰던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도 누르지 않고, 블로그도 하면서 항상 누르던 것도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나에게 기분 나빴던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것 같지만, 그럼 이야기로 하면 될 것을 이렇게 표현하니 참 아쉬운 기분이 든다. 나도 여행중에 배려를 한다고 여행경비를 더 지불해가면서 숙소를 예약하고, 택시는 왠만하면 타지 않았고, 걷기도 많이 걷고, 그녀의 실수까지 눈감아준다고 했는데. 뭐, 그래도 다른 점에서 분명히 나에게 서운한게 있겠지. 나도 이곳에 글을 쓰는것이 참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서 내가 왜 이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기분이 나쁜지 스스로 생각해보기 위해 내가 기분상했던 포인트를 적어보았다. 그냥 다른사람이니까, 성격이 다르니까 하고 생각하면 되는데... 음식이나 즉흥적인 성격이나 그런게 많이 안맞는것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생각을 안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야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이렇게 아쉬운, 여행 후 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남겨본다. 언젠간 친구가 보고서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때는 웃으면서 서로 생각했던 다른점에 대한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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