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학교 동기 두명과 함께 부산여행을 가기로 지난 1월달에 지나가는 말로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제 여행이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들 어떻게 준비되어가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다들 정말 빈말로 들었던것인지, 한 명만 여행경비를 모으고 있다고 하고 다른 한 명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빈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서 약속한것은 꼭 지켜야 하는줄로만 생각을 하는데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 두명과 함께 부산여행을 가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 일을 추진하기로 계획했다. 나는 시간도 있고 경비도 미리 예상해 두어서 자유롭게 갈 수가 있는데, 다른 두 명은 시간과 여행비의 제약을 받는다고 말했다. 나의 계획은 원래는 호텔에서 금, 토, 일요일 이렇게 2박 3일이라도 다녀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한 명이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다녀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토요일에 서울에서 KTX를 타고 출발해서 짧게 여행을 하고, 일요일 오후 5시 즈음 다시 서울에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체력이 그것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1박 2일이면 그들이 가고싶은 곳들을 가기에 너무 빠듯한 일정이라서 아무래도 안될것 같다고 다시 일정을 조율해보는것이 어떻냐고 제안했다. 그러다 한 명이 또 무슨 다른 얘기를 해서, 그냥 그럼 다음에 같이 놀러가자며 내가 여행을 안가도 괜찮다고, 셋다 행복해야 가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또 아니라면서 그냥 가자고 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난감했지만 원만한 여행을 위해서 나도 기분좋게 넘어가기로 했다.
1. 숙소정하기
원래는 각자 부산까지 왕복하는 교통비를 제외한 여행 경비 최소 20만원 남짓을 모으기로 했는데, 한 명이 결혼 준비로 사정이 빠듯하다고 했다. 내가 생각한 호텔이 있었지만 그러면 조금 더 저렴할것 같은 에어비*비로 옮기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호텔은 가격이 2박에 22만원 정도 되었는데 호텔비가 너무 비싸다고 했다. 세명이 나누면 3명*8만원 해서 21만원이 딱 되는데, 모자란 금액은 내가 더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조금 그렇다면서 에어비*비가 어떻느냐고 한명이 제안했다. 그래서 내가 또 열심히 그 사이트에서 숙소를 골랐다. 후보가 여럿이 있었는데, 모자란 금액은 내가 좀 더 낼테니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라고 하니까 가장 비싼 26만원짜리 숙소를 골랐다. 그런데 그들은 8만원 이상 지불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주인과 네고를 일단 해보고 되지 않으면 그냥 나머지 더 드는 비용을 내가 낸다고 했다. 결국 네고는 되지 않아서 각자 8만원씩 내고 내가 11만원을 지불했다. 나는 사실 그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다들 그 숙소가 좋다고 해서 예약을 마치고서, 이 숙소의 장단점을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다들 후기를 꼼꼼하게 읽지 않았나보다. 내가 숙소를 예약하기 바로 직전까지 세 번이나 그들에게 동의 의사를 물어본 것이 헛수고였던 것일까? 나는 이 곳은 온수가 10분 이상 나오지 않으며 숙소 안에서의 파티가 금지되어 있는 곳이고, 우리의 인원은 3명인데 침대는 두 개에 소파가 하나가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한명은 파티가 금지되어 있으면 어떻게하냐고 말하고, 또 한명은 온수가 10분이상 나오지 않으면 자신은 샤워할때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예약도 하고 취소도 되지 않는데 미리 공지를 읽어보고 결정한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다들 그것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바로 후기에 쓰여있는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침대가 두개뿐인데, 전부 싱글이라 잠 자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더니 한 명이 자신은 어디에서나 자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여기에서 우리 카톡방의 분위기가 조금 싸해지기도 했다. 나는 기껏 여러가지 후보를 찾아서 알려주고 금액도 더 내고 예약을 했는데 아무도 수고했다는 말도 하지 않고,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여행일정 세우기
여행일정을 세우기로 했는데, 내가 어디어디가 괜찮을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두 친구가 나에게 "너만 의견을 내지 말고 우리도 의견을 좀 내면 좋겠어." 라고 이야기를 했다. 아무도 얘기를 안하길래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한 것이데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어쩄든 그럼 한번 이야기해보라고 했더니 렌트카 없이 가기 어려운 꽤 먼 두 곳(전부 부산의 한쪽 끝과 다른쪽 끝에 위치)을 각각 한 명씩 이야기했다. 아마도 지하철을 타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곳을 전부 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사실 이럴 줄 알고 숙소를 중간지점에 잡은것이 역시 잘 한 선택이었다고 느꼈다. 어쩄든 나는 여행 일정을 계획하는데 최대한 그 두 사람의 의견에 귀기울이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어떤 분위기로 여행을 즐길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한 친구는 그냥 어딜 가던지 좋다고 말했다. 아니 그러면 나만 의견을 내는것 같다고 했는데 결국 또 내가 의견을 내야 가는 것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마음이 조금 힘들었다. 부산여행은 먹방이라면서 맛있는집 많으니까 많이 먹고 많이 돌아다녔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먹고싶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더니 두 사람은 "먹는거 가리지 않고 다 좋아요!" 라고 말했다. 그렇게 추상적으로 말해서 계획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여행에서 100% 싸울텐데 하는 생각에 너무 걱정이 되었다. 즉흥으로 여행하는것을 좋아하는 타입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또 두 사람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나는 더욱 마음이 힘들었다.
친구와 여행준비하며 서운함, 그래도 가는 이유?
한 친구는 이제 호주로 떠나고 또 한 친구는 이제 결혼을 한다. 그러면 셋이 몇년 간 만나게 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더욱 이 친구들과의 우정을 행복하게 이어가자는 의미에서 여행을 떠나자는 것이었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친구이지만 그 두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최대한 맞춰주고 싶은데 가끔씩 너무나 힘든 마음이 든다. 사실 여행 계획을 한달 전에 내가 세우기로 닥달 하는 것도 두 사람이 여행경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해서 KTX 좌석이 있고 할인을 받을 수 있을 때 예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얘기한 것이었고, 숙소를 정하는 것도 미리 예약을 하면 저렴하고 괜찮은 곳들은 자리가 있기 때문에 (성수기 시즌 바로 코앞이라 주말에도 빈 방이 별로 없다.) 빨리 예약을 해서 여행경비를 줄여주려는 생각도 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그것때문에 서운한 마음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니 이정도는 이해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마음속으로 달래본다. 혹시 내가 바닷가에서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내 마음을 알아줄까? 왠지 말 안하는것도 좋을것 같은데, 고민이 된다.
혹시 이 여행계획에 대해서 지나가시는 분들의 더 좋은 의견조율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 남겨주시면 참고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데 참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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