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보고, 항상 같은 사람과 여행을 다녀보고, 몇 번은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와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여행 중 가끔은 기분 상할 일들이 생겼던것 같다. 내가 혹은 그 친구가 아무리 서로를 위해도 그 위하는 방법이 달라서 의견차이가 나기도 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의 얼마 남지 않은 부산 여행을 앞두고, 나는 친구 사이에 꼭 지켰으면 하는,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지키면 좋을 매너들을 적어보고 싶었다.
1. 여행경비, 돈 때문에 서운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 는 말이 요즘 인터넷상에서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 말은 친구사이에서도 정말 잘 적용된다고 생각하는데, 한번은 10대시절 친구가 생일에 서로 챙겨주자며 2만원씩 소액을 주고받기로 했는데 나만 매번 그 친구를 챙겨주었고, 그 친구는 막상 내 생일이 되면 돈이 없다면서, 없는데 어쩔거냐는 식으로 말하며 은근슬쩍 넘어간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뒤로 그 친구가 또 자신의 생일이 왔을 때 내가 챙겨주지 않기 시작하니까 서운하다며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날 이후로 그 친구는 사실 친구라고 부르지 않게 되었지만 (김다혜, 잘 지내고 있니?)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친구들에게도 그런 행동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그 친구에게 남았던 아주 작은 감정조차 사라지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친구가 정말 돈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정작 나와 다른 친구들을 화나게 했던 것은 우리의 생일만 되면 갑자기 말도 걸지 않는 것이었다. 그 아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친구들과 나를 단지 이용한 것인지 참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그런데 아마 그 친구는 10여년이 흐른 지금쯤 그 사실들을 잊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손해본 것은 계속 기억하고, 마치 (자기만의 생각으로) 받아야 할 것을 받은것 같은 이익을 취한 사례는 금방 잊어버린다고들 한다. 이를 여행에서 생각해보면 여행경비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친구들과 금액을 모아서 여행경비를 쓰게 된다면 분명 어떤 한 사람이 관리를 하게 될텐데, 그 친구가 말할 때 통장에 경비를 바로바로 넣어주어야 숙소 결제도 빠르게 진행되고 진행에 차질이 없다. 그런데 주변에 보면 꼭 그런것에 느린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결국 끝까지 안보내주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이 그런 친구가 있다면 가차없이 여행 계획에서 빼는것이 좋다. 또한 미리 한 사람이 숙소를 먼저 예약하는 경우인데, 이 때도 그 친구가 미리 결제한 것의 n/1을 채워줄 수 있도록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얼른 금액을 보내주어야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으로 총대메고 준비하는 사람이 마음 상하는 것을 정말 많이 보았다.
2. 여행계획을 짤때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도록 한다.
이 경우는 내가 많이 경험을 해 본 것으로, 주로 내가 여행계획을 세우자고 카톡방에 알리면 너도나도 자신의 의견을 내세운다. 물론 생각보다 조사하기 귀찮아서 뜨뜻미지근 한 경우가 태반이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의견을 낼 때에도 너무 추상적으로 말하면 의견을 수집에서 정리하는 사람이 정말 피곤해진다. 예를 들어 보자.
B: "자, 다들 피렌체에 가면 뭐 하고 싶은지 말해서 일정 조율하자!"
A: "난 피렌체에 가면 맛있는거 많이 먹고싶다. 고기고기!"
B: "그래, 피렌체에 가면 맛있는 T본 스테이크 맛집이 있다던데 거기 가고싶구나?"
A: "아 그래? 몰랐음 ㅋㅋㅋ 난 그냥 일단 여행가면 맛있는거 많이 먹자는 주의라~"
A: "일단 고기먹으면 후식은 이탈리아니까 당연히 젤라또먹자!! 블로그 보니깐 어떤 사람 진짜 맨날 젤라또 두개씩 먹었대."
B: "그래 그럼 혹시 가고싶은 스테이크 집 있어?"
A: "근데 T본 스테이크랑 그냥 고기랑 다른건가? 너가 맛집 잘 고르니까 한번 찾아봐~ 아님 혹시 아는데 있나?? 난 그냥 맛만 있으면 되거든!"
B: "내가 찾아본데는 여기여기 여긴데, 어때?"
A: "와 유명한데 몇군데 있나보네 여기서 알아서 한군데 가면되겠다!"
지인의 메신저 방에서 매일 쏟아지는 이야기 중 하나를 꼽아보았는데, 무조건 다 좋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A의 태도는 여행계획을 빠르게 세우기 위해 크게 좋은 태도는 아니다. 결국 B가 항상 전부 알아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A에게 선택지를 고를 수 있도록 떠먹여주어도 그냥 뭉뚱그려 넘어간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동선을 제대로 정할 수 없고 예산 설정에 조금씩 편차가 생기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 좋지 않은 것은 만약 B가 결국 알아서 동선에서 가장 가까운 음식점을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A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A는 실망을 하게 되고 B를 원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 불편함 없이 여행계획을 세울때에는 자신이 원하는것이 있다면 후보를 정해두고 추상적으로 '00가 하고싶다' 정도가 아닌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며 의견제시를 하는 것이 좋다.
3. 각각의 여행 스타일을 존중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각자 성격이 다르고 이에 따라서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다르다.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한 이상, 누구나 내가 타인의 여행 스타일에도 한번 맞춰주고 그 사람도 나의 여행스타일에 맞춰줄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그렇지만 상대방도 나와 마음이 같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여행계획을 세울 때 먼저 자신이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을 반드시 공개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정말 친구와 둘 또는 셋이서 우리끼리 노는 것만을 바라는 사람도 있지만, 여행에 가서 우리 이외의 새로운 친구들도 합류하여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것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맛있는 것을 먹고 편안히 쉬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왕 여행 온 것, 식사를 조금 여유롭게 하지 못하더라도 관광명소의 볼거리를 빠짐없이 다 보아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이 모든것을 잘 조율해야만 친구들과의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것이다. 서로의 여행 스타일이 너무 다를 경우, 보통은 하루에서 며칠 씩 자유여행 식으로 다니며 숙소만 함께 쉐어하는 방법이 있다. 서로의 여행스타일을 존중해 주자는 의미에서 때로는 이런 방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만약 나는 나만의 스타일이 좋다고 생각 될 경우에는 그냥 혼자 여행하는 것이 마음 편한것임을 잊지 않도록 한다.
4. 숙소에서의 규칙을 만든다.
여자들 같은 경우는 '샤워' 시간에 굉장히 예민한데, 샤워를 15-20분동안 하고 머리를 말리고 하면 30분이 정말 금방 지나간다. 나는 샤워를 짧게 하는 편이라 크게 상관이 없지만 둘 또는 셋이 이용하는 숙소에서의 샤워룸은 대개 한개 정도이므로 호스텔이 아니라면 순서를 정하는데 눈치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니 그냥 마음편하게 가위바위보를 한다던지, 이용시간이 짧은 사람을 먼저 쓰게 하고 그 다음 사람이 시간 상관 없이 마음껏 쓰도록 하던지 하는게 가장 좋다. 나도 예전에 샤워를 길게 하는 친구 다음으로 내 차례라서 기다리다 보니 살짝 졸았던 적이 있는데 졸다 깨서도 그 친구가 샤워를 하고 있어 시간을 봤더니 30분이 이미 넘었었다. 그때 친구가 머리말리고 옷 다 갈아입고 나오는데 정말 50분이 걸렸다. 그런데 친구가 씻고 나와서 하는 말이, 너가 그 다음에 씻어야 해서 내가 빨리 씻느라 혼났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숙소에 들어온 것이 새벽 1시였는데, 나는 새벽 2시 반에 자게 되었다. 많이 짜증이 났지만 공동생활이란 그런것이라 생각하고 그 다음부터 씻는 시간이 좀 더 짧은 내가 먼저 하기로 하니 둘다 마음이 정말 편했다. 두 번째로 잠자리가 있을텐데, 세명정도가 예약을 할 경우 가장 이상적인 경우로 침대가 3개 있으면 좋다. 그러나 보통 호텔들은 더블침대 두개정도를 놓는다. 한 사람은 혼자 잘 수 있고 나머지 두 사람은 함께 침대를 써야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나와 친구들의 경우는 정답이 없어서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이 방법은 절대 결과에 불만이 있을 수 없으므로 나름 효율적이다.
오늘은 이렇게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지키면 좋을 몇 가지 매너들을 써 보았다. 나중에 생각나는 것들이 있으면 새로 다시 써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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