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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Overseas Travel)

유럽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부산오빠1 - 스위스(Switzerland) 인터라켄 백패커스 빌라 소넨호프 호스텔에서의 추억이야기

by 트래블로그 2017.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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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었던가? 나는 유럽여행에서 각 여행지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것 같다. 그만큼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가끔 10년전에 혼자 떠났던 유럽여행 사진을 보면 행복하기도 하고, 힘들었던 기억도 나고, 마음이 아프고 아쉬웠던 여러 감정들이 내 가슴을 스쳐지나간다. 이 모든것이 아름다운 유럽의 풍경과 새로운 경험 때문인것 같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 궁극적인 이유라고 확신한다. 사실 유럽에 처음 당도한 날, 그러니까 영국 땅을 처음 밟았던 날 공항에서 런던 시내로 가는 열차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부터가 나의 여행의 시작이었는데, 오늘은 잠시 스위스 여행 사진을 보다가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날의 일들에 대해 기억을 되짚어보며 쓰기로 했다.


내가 당시 유럽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오빠가 한 분 계시는데, 그 사람과의 인연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려서 그때 당시의 기억을 해내려면 내 머릿속을 뒤로 되짚고 또 되짚어야 했다. 정말 학교와 집밖에 모르던 스무살짜리 갓 대학생이 된 내가 유럽에 와서 여행을 하다가 오스트리아 빈 여행을 마치고 이제 스위스로 넘어가려는 시점이었다. 내가 그 다음으로 가야 할 여정은 오스트리아 빈 서역(West)에서 스위스 취리히로 갔다가, 바로 인터라켄(Interaken)에 도착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빈 역에, 내 기억으로는 조금 일찍 도착했던것 같은데 그래서 갈 곳이 없어서 역 안의 어떤 카페인지 어니면 그냥 대기하는 장소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약간 지친 모습으로 캐리어 위에 앉아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자세가 불편해서 이리 바꾸고 저리바꾸고 하다가 혼자 지쳐서 빨리 기차를 탈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내 옆에는 한 무리의 젊은 한국인 배낭여행객들이 쉴새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들은 나보다는 다들 나이가 조금 있어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어떤 남자가 나에게 여행이 즐거웠느냐, 혼자 왔느냐, 이제 어디로 갈것이냐 물어보았다. 그런데 나는 너무 심심했고 지쳤던 터라 조그만 목소리로, "네. 이제 스위스에 가요." 등등을 얘기했더니 그 사람이 나를 찬찬히 훝어보더니 몇살이냐고 물었다. 나는 스무살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갑자기 모여있던 한국인 배낭여행객들에게 어린애가 혼자 여행한다며 얘기를 했다. 뭐야, 이 사람 하고 생각을 했지만 누가 말을 걸어주니까 심심하지도 않고 좋았다. 사투리를 쓰는데 그게 부산 사투리인지는 잘 몰랐고, 계속 애가 지쳤다고 사람들에게 말하니까 내가 더 우울해지는듯 해서 약간 짜증이 났다. 그러다 또 금방 그 오빠가 있던 무리가 빠져나갔다. 이 사람도 이제 가는구나 싶었는데 저 무리에서 빠져서 자신은 혼자 스위스에 간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행 친구가 생길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짜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래서 이렇게 된거, 나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를 대하기로 했다. 일단 그에게 스위스에 가는 기차표는 있냐고 물었더니, 그냥 즉흥적으로 여행하는 거라서 기차 예약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쨌든 내가 스위스 인터라켄까지 간다고 하니 그 사람도 그럼 같이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내가 예약한 유럽여행 기차표는 오후 9시 18분에 비엔나에서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 새벽 6시 20분에 취리히에 도착하는 기차였다. 그 사람도 얼른 나와 같은 기차표를 예매했다 그렇지만 그는 침대칸이 아니라 일반 좌석 칸이었다. 게다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SMOKING AREA였다. 그는 나에게 내일 아침에 보자면서 내가 타는 침대칸에 사람이 들어오지 않으면 부르라며 자신의 자리를 알려주었다. 내 방은 사람이 전부 다 타서 아쉽지만 그 사람은 이제 꼼짝없이 오늘 밤을 밤새 의자에 앉아서 스위스까지 가게 된 것이었다. 같은 칸에 타게 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새벽에 갑자기 그가 생각나서 미리 알려준 의자칸으로 가려고 했는데, SMOKING AREA는 정말 담배연기가 자욱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정말 그 흡연칸에서 일부러 단체로 동시에 담배를 피우는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여서, 담배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그 다음날 아침, 나는 스위스 취리히에 거의 다 도착할 시간이 되어 일어났다. 그리고 열차에서 내렸는데 그가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역이 한산해질 무렵, 나에게 말을 걸어준 고마운 그를 만나지 못하는줄 알고 조금 당황해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그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참 신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 그의 이름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데 말을 걸어준 것만으로도 내가 왜 그를 기다렸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만큼 혼자 여행하면서 외로운 기분이 들어서 그랬던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쨌든 그를 만나서 취리히 구경을 아주 조금 하고, 곧바로 다시 베른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가 인터라켄으로 갔다. 그곳으로 가는 기차에서 그가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서 여행을 했고, 이미 북유럽까지 다 돌고 왔다고 했고, 여행한지 30일도 넘었다고 했던것 같은데 나는 너무 졸려서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 다 들어오지 않았던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러나 그 동안에 그가 내게 계속 내가 여행에 너무 지쳤다면서 쉬어야 한다고 하면서 나의 유럽여행 루트를 수정하는게 어떻느냐고 제안을 했다. 루트를 수정하게 되면 사실 미리 예약해둔 기차표와 숙소 비용들이 다 날아가는 것이었지만 그때는 안가도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스위스에서 조금 더 오래 있기로 계획을 새로 세웠다. 나도 들은바가 있지만 그도 여자 혼자 나폴리에 가는것은 위험하다고 하며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3일권을 끊어서 다니려고 하는데 너도 그렇게 해보는게 어떻느냐고 제안했다. 나도 어쩌면 쉬고싶었나보다,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다 금방 기차가 인터라켄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스위스만의 상쾌한 공기가 나를 반겨서 순식간에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 추웠다. 스위스에 왔으니 유로(Euro)화폐를 쓰지 않아서 이제 스위스 프랑을 카드에서 뽑아야 했다.


생각해보니 그는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지내게 될 숙소인 인터라켄 백패커스 빌라 소넨호프라는 호스텔에 함께 가기로 했다. 그 전에 너무 배가 고파서 맥도날드에서 버거셋트를 주문해서 식사를 했는데 버거가 너무 작고 맛이 그저 그랬다. 드디어 호스텔에 도착하고, 나는 체크인을 했다. 스텝에게 사람이 한명 더 있는데 여분의 방이 있냐고 물으니 마침 방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럴거면 같은 방을 쓰게 해달라고 했는데, 동양사람 중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인지, 직원이 조금 놀라면서 그러면 Mixed room 에서 자면 된다고 했다. 






이 호스텔에는 한국사람이 4명인가 5명이 묵고 있었다. 어떤 나이 많은 오빠 한명 (아마 전역한 기념으로 여행왔다고 들은것 같다.), 인생을 좀 산것같은 27살이라고 들었던것 같은 언니 한명, 그리고 약간 철이 없어보이는데 세련된 스타일의 남자 두 명이었다. 호스텔에서 샤워를 하고 그와 함께 MIGROS라는 마트도 구경을 갔다가 다른곳에서였던가 라면을 사서 끓여먹고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호스텔이 참 재미있었던것이, 각각 1층에 그와 내 자리가 있고, 어떤 여자 외국인이 내 위에서 자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밤마다 나가는 것이다. 알고보니 다른 방 남자와 게속 나가는 것이었는데 둘이 무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위스에서는 밤에 정말 할것이 없다는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에 속으로 약간 장난스런 생각을 했던것 같다. 어쨌든 이 호스텔에 아까 4명인가 5명이 있다고 했는데, 다음날 그와 융프라우요흐 구경을 갔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나이 많은 오빠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호스텔측의 다른 예약때문에 그는 방을 바꿔서 그 오빠와 방을 같이쓰게 되어서 알게 된 것이다. 아직도 그 흰색 티셔츠 몇장을 탈탈 털어서 널고 있는 모습이 생각나는데, 어쨌든 그 오빠가 우리에게 맥주한잔을 제안해서 맥주를 먹게 되었다. 그런데 그와 그 오빠 둘다 나이가 있어서 말이 통하는데 나는 세상 경험이 거의 없으니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그러다 어떤 세상경험 조금 있는 예쁘장하게 생긴 언니가 또 다음날 밤의 술파티에 합류했다. 그런데 이 언니도 나이가 있어서 그랬는지 대화 내용들이 어려웠다. 나는 정말로 그들이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내가 조금 졸려하니까 그가 이제 나보고 들어가서 자라고 했다. 왜냐하면 대화 내용이 어른들의 내용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애들은 이런얘기 하면 이제 들어가 자야한다면서 나를 보냈다. 난 또 그걸 순수하게 듣고 들어가서 잤다.


그렇게 잠깐 자다 일어났는데 잠이 별로 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로비에 나갔는데 한국인 남자 두명이 있었다. 그들은 내게 자기들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나를 새벽 5시까지 잠자지 못하게 했다. 나도 참 순진하게 그걸 다 들어주다가, 졸다가, 깼다가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 사람들도 다들 나이가 나보다 조금 있어서 하는 얘기를 듣다보니 밤을 새버린것 같다.


그가 나에게 오늘 왜이렇게 피곤해보이냐고 물어서 어떤 오빠 두명과 밤새 이야기를 해서 힘들다고 말하니 그 이야기를 왜 다 들었냐고 했다. 글쎄 그냥 오빠들이 얘기하니까 들어준건데 나도 왜 그리 오래 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사람들이 스타일이 너무 좋았다. 이때가 2007년도인데 그 두사람은 정말로 이미 GD같은 스타일이 완성되어있던걸로 기억한다. 주변 연예인들 얘기도 하도 많이 해서 기획사 연습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걸 구경하면서 두 사람이 내게 번갈아가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니까 재미있어서 그랬나보다. 심지어 내가 자러 가겠다는데 "제발" 가지말라고 애원까지 해서 셋이서 밤을 새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니 스위스 여행에서 밤에는 거의 따로 놀고 알아서 지냈지만 낮에는 자전거를 빌려타서 놀기도 하고, 3일 내내 같은 융프라우요흐 패스를 끊어서 산까지 올라가는 트램도 타고, 정상에서 식사도 같이 했더니 이제는 그가 약간 친오빠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나는 그렇게 밤을 새고 이탈리아로 떠나는 날이 되어서 정신없이 호스텔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그도 이탈리아에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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